'오늘의 연극상과 그 문제점' |
좌담회 (한국연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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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 “오늘의 연극상과 그 문제점”
일시 : 2000. 12. 18. 2시 장소 : 연극제 사무국 사회 : 노경식 (극작가) 참석자 : 한상철 (연극평론가, 한림대 교수) 김방옥 (연극평론가, 청주대 교수) 김미도 (연극평론가, 서울산업대 교수) 기록 : 김수미 기자
노경식 : 바쁘신 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1월호 <한국연극>의 특집은 연극상에 관한 얘기입니다. 그동안 이루어져 왔던 연극상의 시상제도에 대한 소개와 그 성격이라든지 운영제도상의 문제점 등에 관한 것과 더불어 각 운영 주관처가 참고가 될만한 말씀들을 나누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연극상의 성격이란 무엇인가, 연극상 운영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말씀을 한상철 선생께서 시작해 주시겠습니까? 한상철 : 상이란 것이야 받으면 좋고 못 받으면 괜히 섭섭해지는 것이겠죠. (웃음) 일반 관객이나 국민이 보기에 연극상 수상자나 수상단체에 대한 의미는 좀 특별할 것 같습니다. 연극상을 받은 작품이나 배우, 극단 등에 주목할 수 있는 관심이나 지침이라든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랫동안 연극활동을 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을 치하하는 공로상의 의미도 크다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상제도 시작은 해방 이후 기껏해야 고작 5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100년이 넘는 상들이 많이 있어 그만한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 될 수 있죠.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엔 뉴욕비평가상, 토니상 등이 그렇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상들은 그때에 수상한 예술가들에게는 대단한 자긍심을 줄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수많은 일반인들에게도 홍보될 수있는 그만한 가치가 있구요. 김방옥 : 다른 분야의 상과는 달리 연극상이란 1회성을 가진 연극의 공연 성과에 대한 기록으로서도 큰 의의를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이루어진 공연의 성과를 평가하고 치하한다는 데 있어서도 뜻깊은 의의가 있고 말입니다. 노경식 : 연극상에 대한 개괄적인 개괄적인 안내가 있었으면 합니다. 구체적으로 연극상 제도를 말씀하자면, 시상 주체가 단체인가 개인인가에 따른 구분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략적으로는 연극상 숫자가 약 30여 개 정도 될 것 같은데요, 주체가 단체인 상은 대표적인 것이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동아연극상’과 한국일보에서 주관하는 ‘백상예술대상’이 있고, 이들은 30여 년이 넘도록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밖에 우리 한국연극협회가 시상하는 ‘한국연극예술상’이라는 것이 있고, 예전에 서울연극제가 경연방식으로 시상하였던 제도가 지금은 축제방식으로 바뀌면서 좋은공연만들기협의회 선정의 ‘우수공연 베스트 5’로 바뀐 것도 있습니다. 전국연극제는 계속 경연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시상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 스포츠조선이 주관하는 ‘한국뮤지컬대상’, 아스테지가 주관하는 ‘서울어린이연극상’도 있습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주관하는 ‘베스트 3’도 있지요. 연극인 개인 이름으로 주는 상은 대표적인 것이 ‘동랑연극상’과 ‘이해랑연극상’이 있고, 그밖에도 ‘영희연극상’, ‘히서연극상’, ‘김상열연극상’과 올해에 신설된 ‘김동훈연극상’이 있습니다. 희곡에 국한된 상으로는 ‘대산문학상’ 희곡상과, 공모 형식을 취하고 있는 ‘삼성문학상’, 각 언론사의 ‘신춘문예’, 국립극단의 ‘장막극희곡상’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연극평론가에게 주는 상으로는 ‘여석기평론상’과 <공연과 리뷰>가 주관하는 ‘PAF평론상’이 있습니다. 먼저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에 대해서 김방옥 선생께서 말씀해 십시오. 김방옥 : 먼저 ‘동아연극상’은 연극이란 단일분야에만 시상의 영역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극상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상은 1964년에 제정되었는데, 연극의 부흥기, 상승기와 때를 같이해서 생겨난 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해당연도의 12월까지 서울에서 공연된 작품에 대상으로 시상을 하는데, 신문사에서 위촉한 심사위원들이 이듬해 1월에 종합판정을 하게 됩니다. 대상,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희곡상, 무대미술상, 특별상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지요. 저는 7, 8년 정도 동아연극상 심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오랜 역사가 있는 만큼 보수적인 성향도 강한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백상예술대상’은 연극뿐 아니라 영화와 TV부문까지 함께 시상됩니다. 심사위원회는 연극, 영화, TV부문으로 구분하고, 부문별 심사위원장을 선출한 후에 그 중 한 사람을 전체위원장으로 선출하여 각 부문별 상을 결정하게 됩니다. 백상예술대상은 TV로 생중계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중성을 의식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처음에는 연극과 영화에만 제한되어 있었는데, 시상의 영역이 TV부문까지 넓혀지면서 예전보다 연극부문에 대한 무게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김미도 : 저는 동아연극상에 작년에 딱 한번 참가해 보았는데요. 밖에서 바라볼 때, 백상예술대상이 보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동아연극상이 오히려 더 실험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 않는가 싶습니다. 과거에 비해 상의 성격이 변화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동아연극상의 성격이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경식 : 백상예술대상의 첫이름은 ‘한국연극영화예술대상’이었습니다. 연극, 영화부문에만 시상이 있다가 나중에 TV부문까지 영역이 넓혀지게 되면서 명칭이 바뀐 것입니다. 당시 신문사 사주이었던 고 장기영 서새의 호 아호 ‘백상(百想)’을 따서 그렇게 이름이 바뀐 경우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은 신문사에서 연극계를 돕기 위해 마련된 상이었죠. 개인의 이름으로 주는 상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며 오래된 것으로는 올해 22회를 맞은 ‘동랑진연극상’입니다. 이 상은 동랑 선생님 생전에 당신 스스로 ‘한국연극상’이라는 명칭으로 제정한 것이기 때문에 1963년 경의 일입니다. 그러다가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10여 년간 공백기 이후에 1982년 드라마센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동랑연극상’이란 명칭으로 바뀌게 되었고, 다시 1992년에 <동랑전집>을 발간을 위해 설립된 동랑기념사업회에서 ‘동랑유치진 연극상’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10여 년 역사를 가진 상으로, 조선일보사가 이해랑연극재단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해랑연극상’이 있습니다. 이 상은 단체나 개인을 구분하지 않고. 그해의 3, 4년간에 걸쳐서 가장 뚜렷한 업적이나 공로를 자에게 시상합니다. 김방옥 : ‘영희연극상’은 ITI와 연계된 상으로서, 번역작가 박영희 선생님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작고하신 후에 1975년에 시작된 상이죠. 그 당시 박영희 선생이 ITI사무차장으로 일하셨던 것이 ITI와 연관된 까닭입니다만, 선생의 영미희곡번역 활동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해마다 세계연극의 날을 기해 촉망받는 젊은 연극인들을 격려하자는 데 의의를 둔 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노경식 : 그 다음으로 ‘히서연극상’과 ‘김상열연극상’, 그리고 올해에 새롭게 제정된 ‘김동훈연극상’을 들 수 있겠습니다. 김방옥 : ‘김상열연극상’은 희곡쪽이죠? 노경식 : 특별한 규정은 없습니다만, 비교적 무게 중심이 그쪽으로 쏠린 듯한 느낌을 줍니다. 올해가 2회 째인데, 첫 수상자가 <철안붓다>의 작, 연출을 맡앗던 조광화씨이고, 이번 10월의 수상자는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의 김명화 작가였으니까요. 취지가 극작과 연출을 병행했던 고인의 활동을 참작하여 신진 극작가와 신진 연출가의 작업에 주목한다는 것이니까 그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은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미도 교수님은 뮤지컬과 어린이 연극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제 심사에 많은 참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분야 소개와 더불어서 연극상의 현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김미도 : 스포츠조선이 주관하고 있는 ‘한국뮤지컬대상’은 전임사장 신동호님과 박용재 문화부장의 뮤지컬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좋은 상을 제정하는 것으로까지 발전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어린이연극상’의 시작은 1991년 <연극영화의 해>에 5월 사랑의 연극잔치에서 어린이연극모음행사를 함께 진행했는데, 그때 아스테지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1992년부터 정식 시상제도를 만들어가지고 실행한 것이니까, 내년이면 벌써 10년째가 됩니다. 심사방법은 1년 동안 서울에서 공연되는 어린이 연극에 한하여 평론, 극작, 연출 등 5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심사를 합니다. 그리고 수상작품들을 중심으로 매년 여름에 “서울국제어린이공연예술제”를 개최합니다. 이 상의 특징은 다른 상과는 달리 현상에 대한 평가나 공로를 치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연극의 발전 방향을 주도해나간다는, 다시 말하자면 어린이연극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경식 : 연극상 부문을 훑다보면 대개의 연극상에는 평론부문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심사위원이 대개는 평론가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잔치집 준비를 하노라면 거든 이들이야 뒤로 겸손하게 물러나 있는 모양이 보기 좋다고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모양새는 썩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만, 사실상 연극인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에 평론가들도 나란히 함께 세울 수 있다면, 현장의 예술인과 평론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랄까, 그러한 풍토가 훨씬 완화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상철 : 전체적인 연극상에 합류되지는 않아도 평론가들이 주최가 돼서 시상하는 연극상도 있을 수 있고, 평론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상이 있기도 합니다. 모든 연극상에는 평론가들이 대개 심사위원으로 많이 참가하고 있습니다만, 특히 평론가들만으로 전 심사위원을 구성하여 심사하는 연극상으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수여하는 ‘베스트 3’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원래 ‘서울극평가그룹상’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나중에 이 그룹이 발전적으로 해체되면서 그 연극상이 한국연극평론가협회라는 단체로 옮겨지게 된 것이지요. 그 다음으로 연극평론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여석기평론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우리나라 본격적인 연극평론의 제1세대이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어른입니다. 그래서 이 어른이 정년퇴직을 하실 때 그의 연극계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제정된 상입니다. 그리고 <공연과 리뷰>라는 연극영화 전문잡지에서 주는 상으로 PAF평론상이 있습니다. 이 상은 연극, 영화, 무용부문까지 망라하여 각 부문에서 그해의 평론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평론가에게 주는 상이죠. 노경식 : 연극의 희곡상도 여러 가지 있습니다. 먼저 대산문화재단에서 주는 상은 최근 2년 동안 발표된 작품 중에서 시상입니다. 그리고 공모 형식으로는 국립극장이 마련하고 있는 장막극 희곡상이 있죠. 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해마다 신인 희곡작가를 발굴하는 데 의의를 둡니다. 1회가 천승세의 <만선>이었고, 그 이후로 연년이 이재현, 윤조병, 오태석, 전진호, 정하연, 등등 훌륭한 신인극작가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건 모두 명동의 국립극장 시절이어쓴데, 도중에 잠깐 끊겼다가 장충동 구립극장으로 옮겨가면서 다시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당선작 없는 가작만 나오는 아쉬움이 여러 해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똑같이 공모 형식을 취하고 있는 ‘삼성문학상’에서는 김명화, 임태훈, 차근호, 박수진 등이 배출되었는데, 이것은 모두 1990년대 이후의 좋은 작가들을 발굴해낸 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상철 :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경연형식으로 주던 상도 있었죠. ‘서울연극제’의 전신말입니다. 지금이야 경연방식이 축제형식으로 바뀌면서 그러한 시상제도가 없는 형태이긴 합니다만, 예전의 경연방식 시상제도는 처음 제1차의 참가작 희곡심사와 공연심사로 나누어 시행되다가, 나중엔 작품 실연심사로 방식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반면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국연극제’는 지금까지도 경연형태를 유지하고 있죠. 경연방식에서 축제형식으로 바꾸자는 얘기가 분분했을 때 고(故) 이해랑 선생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경연형식이 아니면 연극예술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다는 말이었죠. 선생 말씀은 경연형식의 폐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사실상 다른 한편으로는 경연이란 제도가 연극발전의 긍정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인센티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연극상제도란 연극예술과 그 관련자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했던 말씀이었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노경식 : 한국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상으로는 20여 년이 넘게 이어온 ‘한국연극예술상’이 있는데, 이 상은 공로상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또 1년 동안 서울에서 공연된 전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우수공연 베스트 5’도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연극협회에서 주관하는 시상제도입니다. 이상 대개의 연극상이 소개된 것 같은데, 이제 시상제도 내용과 운영상의 문제점이라든지, 그동안 심사위원을 맡아오시면서 느끼고 아쉬었던 점 등에 관해서 말씀을 나눠주시지요. 김방옥 : 무엇보다도 각각 심사위원의 구성문제가 제일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의 공정성 과 객관성 문제와도 관련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한때는 평론가들이 주가 되다시피 했다가 어느 때인가부터는 현장의 장르별 전문가들이 합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극작 연출 연기 등등---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는 공연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공정성을 잃게 되는 점이 불가피하게 발생됩니다. 직접 현장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투명성과 객관성이 흐려질 수 있거든요. 노경식 :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죠. 이는 심사의 객관성이라든지 공정성에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한편에서는 평론가들만의 구성으로 전 심사위원을 위촉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야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김미도 : 저는 여기 계시는 분들보다 심사위원의 경험이 한참 적습니다만, 제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할 때마다 간간이 느껴왔던 것은 심사에 참여하는 심사위원 각 개인의 의견이 얼마만큼 동등한 자격으로서의 가치를 갖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서 심사위원으로 연륜이 높으신 분들과 젊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를 하게 되는 경우, 대개는 젊은 사람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심사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동등하게 수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사위원으로서 회의를 느끼게 하죠.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한가지는 여러 가지의 상이 한 작품에 겹치게 되는 경향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상에서 상을 받지 않은 작품이나 사람에게 상을 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정하고 투명한 시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훌륭한 작품이나 훌륭한 배우에게는 여러 상이 중복될수록 격려가 되고 좋은 일인데도 한 해의 여러 연극상 제도 중에서 일단 먼저 상을 받은 작품이나 사람은 그 다음에 시상되는 상에서 제외되거나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그거죠. 전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단체라면 사실상 해마다 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생각과 평가로써 상을 주면 또 불필요한 오해가 빚어지기도 합니다. ‘서울 어린이연극상’의 경우에는 극단 사다리가 몇 해를 연거푸 상을 받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이런 현상에 대해서, 일부 다른 쪽에서는 아스테지와 특정단체와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상의 공정성을 지켜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듯 싶습니다. 한상철 : 심사과정의 문제를 지적할 만한 사례도 있습니다. ‘백상예술대상’과 관련된 얘기인데요. 그 상은 제가 점찍어 두었던 작품과 일치되는 경우를 한번도 보지 못해서 한땐 상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스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막상 직접 심사에 들어가서 보니까 백상예술대상의 심사위원들이 연극, 영화, TV분야의 각 전문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들이 세 분야를 함께 평가하는 거예요. 그래서 심사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지금이야 각 분야별로 전문인들이 심사를 한다고 합니다만, 예전에 그와 같은 문제점은 앞으로도 있어선 안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방옥 : 심사위원의 구성이 평론가들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에 앞서, 일단은 연극을 많이 보신 분들이 심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문제도 거론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작품에 대한 평가는 심사위원의 직접적인 관극 후에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김미도 : 그런 점에서 ‘한국뮤지컬대상’의 문제점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해의 뮤지컬을 빠짐없이 모두 보아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에서는 심사위원을 미리 정하고 공연 정보나 자료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갑자기 심사에 참여하게 되면 사실상 심사에 온전히 책임을 질 수 있는지가 어려운 문제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공연을 부지런히 봐야 한다는 중압감은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평론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한 해에 공연되는 작품을 빠짐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잖습니까. 그런데 열심히 본다고 보았다가도 막상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어서 심사에 참여해 보면 놓친 공연이 더러 발견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비디오로 대치해서 보아야 하는 문제가 있지요. 하지만 그런 심사는 뮤지컬 같은 경우엔 참 치명적이거든요. 심사위원을 미리 정하게 되면 로비 의혹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더 치밀하고 정확한 방법을 찾아보면, 책임감있게 1년 동안 심사대상 작품을 나름대로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방옥 : 그런 문제는 연극상 주최측에 따라서 다른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을 미리 선정해서 시상되는 연초에 앞서 밝혀주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말입니다. 한상철 : 아마도 공정성의 문제 때문에 그럴 겁니다. 미리 심사위원이 선정된 것이 밝혀진다면 혹시라도 각 극단에서 해당 심사위원에게 지나치게 마음쓰는 일이 생겨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문제는 쉽게 무너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런저런 문제를 떠나서 사실상 심사과정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각각 심사위원을, 더 나아가 전문적인 평론가쪽을 믿어주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할 입니다. 평론가란 어느 의미에서 선택된 좋은 관객 아닙니까? 노경식 : 또 한가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일은 주최자나 주관자측의 지나친 관여입니다. 김미도 : 그런 점에서, 언론사 관계자들의 심사참여는 없었으면 합니다. 특히 문화부장 같은 분들이 형식적으로 심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분들은 1년 동안 공연되는 작품을 두루 직접 찾아가 볼 수 없기 때문에 심사에 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방옥 : 심사 진행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그냥 간단한 투표행위로 끝낼 것이 아니라, 상호토론에 의한 결과를 얻어서 좀더 심층적인 심사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미도 : 전에 ‘서울연극제’의 심사과정이 공개되었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만일 심사과정이 그처럼 공개된다면 왜 그런 시상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지켜보는 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도 있고, 좀더 책임감있는 심사과정을 거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경식 : 끝으로, 연극상 시상과 운영제도에 대한 여러 의견과 바람을 말씀해 주십시오. 연극상 시상의 파급효과까지 말씀해 주셔도 좋구요. 한상철 : 저는 먼저 심사위원의 구성이 평론가들만으로 구성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연극관계자들 중에서는 가장 공정하게 작품과 공연을 바라다볼 수 있는 사람들이 평론가들이니까요. 또 한가지는 상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희곡작가의 경우에도 한 1, 2년 정도 돈 걱정 않고 작품에 매달릴 수 있도록 보상이 된다면, 보다 여유롭게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뒷힘이 되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김방옥 :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연극상의 1회성 문제입니다. 한번 상을 받고 그때만 잠깐 반짝하고 마는 작가나 연출가, 배우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이나 발전을 도모할 자세가 마련되는 계기로서 연극상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미도 : 아까 한상철 선생님께서 상금에 대한 말씀을 꺼내셔서 생각이 나는데요. 대산문학상 시상식 때 이강백 선생께서 하신 수상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이강백 선생님이 상을 가장 많이 받았던 작가 중의 한 분이 될 것 같은데요. 그날 시상식에 나오실 때 딸아이가 ‘아빠, 오늘도 돌덩어리 하나 들고 오시는 거예요?’ 라는 말을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상의 의미가 역설적으로 들리는 수상소감이어서 좌중에서 크게 웃음이 났었지요. 그때 상금이 2천만 원쯤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 지금까지 이선생이 받으셨던 상금을 모두 합친 액수보다도 많은 금액이 될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상의 파급효과라는 부분에서 저 역시 상금의 액수가 좀더 많아질 수 있다면, 애쓰고 힘들게 고생하는 예술가들에게 작은 부분에서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밖의 바람이라면, 심사위원들의 구성이 다양했으면 합니다. 특정한 취향의 심사위원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거든요. 그렇게 되면 너무 편향적인 작품쪽으로만 시상이 이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상철 : 심사위원들의 안배를 특정양식의 취향을 가진 심사위원들로 고르게 구성하는 것보다, 상의 성격을 특성화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령 현대전위극 실험극 등으로특정의 성격을 지닌 상이 무엇 무엇이다라는 것이 정립화된다면, 수상하는 단체나 개인이 좀더 분명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노경식 : 연극상의 성격을 특성화시켜서 정립한다는 말씀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연극상이라는 것이 그 설립취지에 맞게 품격을 유지하면서, 예술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점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듯싶습니다. 모쪼록 오늘 나누신 여러 말씀이 앞으로 좀더 투명하고 공정한 상 운영으로써, 그 연극상의 본래의 참의미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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